물리에서 당신까지.
RAIM은 물리 법칙의 규칙성에서 배우고, 선택하고, 만들어 내는 능력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 준다. 각 단계에서 무엇을 전제로 삼고 어떤 근거를 갖는지도 함께 드러낸다.
아래로 내려가 시작하기출발 전에 알아둘 세 가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물리에서 읽고, 토론하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존재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린 지도다. 이 지도를 믿고 따라갈 수 있도록 세 가지 규칙을 밝힌다.
- 마법은 없다. 도중에 등장하는 것은 모두 물리적인 과정까지 거슬러 올라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설명할 수 없는 힘이 필요해지는 지점에서는 지도가 멈추고 그 사실을 밝힌다.
- 명령이 아니라 조건이다. 우주에는 따라야 할 지시문이 붙어 있지 않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이 조건이면 저 결과가 나온다는 관계다.
- 근거를 눈앞에 둔다. 강한 주장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에 따라 높은 수준의 근거, 중간 수준의 근거, 낮은 수준의 근거로 표시한다. 지도 자체가 선택한 것은 도출된 사실처럼 다루지 않고 전제라고 표시한다. 표시를 누르면 무엇이 근거인지 볼 수 있다. 증거가 바뀌면 지도도 고친다.
바탕이 되는 세계
지도의 맨 아래에는 아직 아무도 없다. 같은 조건에서 같은 방식으로 일어나는 규칙적인 현상이 있을 뿐이다.
여기에는 무언가를 원하는 존재가 없다. 돌은 땅에 닿고 싶어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떨어진다. 이후에 등장할 모든 것, 이 글을 더 읽고 싶은 당신의 마음까지도 이 바탕을 대신하지 않고 그 위에서 작동한다.
이 세계에는 속도의 한계가 있다. 어떤 영향도 빛보다 빨리 전해지지 않는다. 따라서 사건마다 아직 닿을 수도, 영향을 받을 수도 없는 범위가 생긴다. 높은 수준의 근거
가장 빠른 정신도 이 지연을 피하지 못한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결정하고, 반응하려면 신호가 오고 가야 한다.
모든 문제를 단번에 건너뛰는 지름길도 없다. 이 그림은 한 줄짜리 규칙에서 나온다. 백 번째 줄을 알려면 앞선 아흔아홉 줄을 계산해야 한다. 부분적인 지름길은 있어도, 유한한 행위자가 어떤 경우에나 계산을 건너뛰게 해 주는 만능 예언자는 없다. 높은 수준의 근거
계산에도 비용이 든다. 비트 하나를 지울 때도 열이 나온다. 뒤에서 사고라고 부를 모든 과정은 이 비용을 치른다. 높은 수준의 근거
L0 더 살펴보기바탕의 안쪽3개 지점
정보를 지우는 일은 공짜가 아니다. 잃어버리는 비트마다 최소한의 열이 주변으로 방출된다. 이것이 란다우어 한계다. 생물학적 계산이든 합성 시스템의 계산이든 이 비용을 피하지 못하고, 더 효율적으로 또는 덜 효율적으로 치를 수 있을 뿐이다. 높은 수준의 근거
먼 곳에서 일어난 일에 반응하려면 신호가 도착하고, 누군가 이를 처리하고, 명령이 돌아가야 한다. T ≥ 2d/c + 처리 시간 + 작동 시간.
현상이 이 왕복 과정보다 빨리 일어나면 선택지는 세 가지다. 미리 예측하거나, 규칙을 사전에 정해 두거나, 현장 가까이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지능이 더 높아져도 지연은 사라지지 않는다. 높은 수준의 근거
세계의 바탕은 연속적인가, 불연속적인가, 아니면 관계의 그물인가? 해석은 서로 다르지만 지금까지는 같은 관측 결과를 예측한다. RAIM은 이들이 공유하는 부분을 사용하고 바탕에 관한 물음은 열어 둔다. 미해결
논리는 L0가 아니다. 물리는 과정을 실현하고, 논리는 그 과정에 관해 추론할 때 지켜야 할 조건을 정한다.
안에 누가 없어도 생기는 질서
이 규칙 아래에서 물질은 스스로 질서를 이룬다. 결정은 결합이 하나씩 늘어나며 자라고, 각 부분이 다음 부분과 맞물려 모양을 유지한다. 누가 설계한 것이 아니다. 높은 수준의 근거
에너지가 흐르는 동안에만 유지되는 질서도 있다. 물을 아래에서 가열하면 회전하는 대류 셀이 나타나고, 열을 끊으면 사라진다. 허리케인도 바다 규모에서 일어나는 같은 종류의 현상이다. 에너지를 흩어 내며 유지되는 패턴이다. 높은 수준의 근거
어떤 구조는 경계를 만든다. 안과 밖이 생기는 것이다. 막은 어떤 물질은 통과시키고 다른 물질은 막는다. 생명체에서는 안쪽의 과정이 바로 그 경계를 다시 만드는 일에도 관여한다.
L1 더 살펴보기구조의 안쪽3개 지점
바위는 구성 물질을 간직한다. 수리한 배는 판자를 갈아도 형태를 유지한다. 생물은 물질이 바뀌어도 자신을 다시 만드는 과정이 이어져 살아 있다. 집은 다른 사람들이 소유 기록을 유지하기 때문에 계속 당신의 집이다.
물질적, 조직적, 자기생산적, 관습적 연속성. “같은 것”이라는 말이 자주 뒤섞는 네 가지다.
마르코프 블랭킷은 시스템을 내부 상태, 외부 상태, 그리고 둘 사이의 접점으로 나눈다. 접점에는 밖에서 신호를 받는 감각 상태와 밖에 작용하는 능동 상태가 있다. 접점의 상태를 알면 바깥에 관한 정보는 더 이상 안쪽에 관한 정보를 더해 주지 않는다.
이 구분은 모델 안에서는 정확하다. 물리 시스템을 설명하는지 알려면 규모와 변수를 정하고 검증해야 한다. 세포막은 좋은 후보이며, 데이터로 확인한다.
관측이란 물리적으로 결합해 에너지를 전달하거나 상태를 바꾸는 일이다. 온도계가 원자와 상호작용하면 의식이 없어도 이미 무언가를 기록한다.
첫 번째 모델
여기서 L2가 나타난다. 신호와 기억을 이용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추론하고 무엇을 할지 선택한다. 모델은 바깥에 무엇이 있고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길지 가늠한다.
뇌가 없는 생물에서도 단순한 기억과 예측이 나타난다. 높은 수준의 근거
능력은 정도에 따라 쌓인다. 당장의 일에 대비하는 데서 배운 경로를 따라가는 일까지, 언어와 외부 기억을 이용하면 수십 년 뒤를 계획하는 일까지 이어진다.
모든 모델은 자원이 한정된 몸에서 작동한다. 배고픔, 피로, 경계심은 그 예산을 보여 주는 신호다. 몸은 무엇이 필요해질지 미리 가늠하고 부족해지기 전에 에너지를 나눈다. 높은 수준의 근거
익숙한 반응은 당신이 검토하기 전에 시작될 수 있다. 그것을 멈추고 다른 반응을 유지하려면 주의가 필요하다. 다르게 행동하기로 결정한 뒤에도 몸의 긴장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
자원이 부족하면 익숙하고 당장 결과가 나오는 반응이 우선하기 쉽다. 여유가 생기면 대안을 비교하고 변화를 이어 가기가 쉬워진다.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행동할지에 개입하는 것이 행위성을 발휘하는 한 방식이다.
L2 더 살펴보기행위자의 안쪽6개 지점
뇌는 몸을 관리하도록 진화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을 예측하고 손상이 생긴 뒤 더 비싼 수리를 해야 하기 전에 에너지를 배분한다. 높은 수준의 근거
배고픔, 피로, 기분은 그 예산을 보여 주는 신호다. “배가 고프고 잠을 적게 잤다”와 “기분이 나쁘다”를 구분하면 더 정확히 개입할 수 있다.
모델은 다음에 들어올 신호를 예측한다. 실제 신호가 다르면 세 가지 길이 있다. 세상을 예측에 가깝게 바꾸도록 행동하거나, 데이터를 더 모으거나, 모델을 고치는 것이다.
통증과 괴로움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신호다. 그런데 왜 그 과정에 주관적인 느낌까지 따르는지는 여전히 미해결이다. 미해결
얼굴을 알아보거나 균형을 잡거나 습관을 따르는 일은 단계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일어난다. 검토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의식적으로 주의를 돌려 선택지를 비교하고, 오류를 찾고, 행동하기 전에 반응을 멈출 수 있다.
같은 정신이 자기 과정의 일부를 살피는 것이다. 이 주의를 유지하려면 노력이 들고, 잠이 부족하면 주의를 유지하거나 익숙한 반응을 멈추기 어려워질 수 있다. 높은 수준의 근거
결정할 때는 익숙한 선택지가 먼저 떠오르기 쉽다. 이를 의식적으로 살피면 두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다. 이미 떠오른 선택지의 비중을 바꾸거나, 아직 생각하지 못한 다른 선택지를 찾는 것이다.
찾는 데에도 시간과 주의가 든다. 어느 순간에는 선택해야 한다. 끝없이 대안만 찾는 일도 결정을 미룰 수 있다.
어떤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일, 오늘 이용할 수 있는 일, 실제로 한 일은 서로 다른 질문이다. 자원이 부족해도 능력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 접근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진다.
이미 끝난 사건이 과거에서 당신을 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배운 연결, 흉터, 빚, 습관처럼 지금 남아 있는 흔적을 통해 영향을 준다.
이 흔적의 비중을 바꾸거나, 고치거나, 다른 것으로 보완할 수 있다. 오래되었다고 해서 더 큰 권위를 갖는 것도 아니다. 당신에게는 원인이 있으며, 손댈 수 있는 원인에 개입할 때 행동의 폭이 넓어진다.
두 모델이 만날 때
한 행위자가 자신을 모델링하는 다른 행위자를 모델링할 때 L3가 시작된다. 어느 쪽도 상대의 안쪽을 직접 볼 수 없다. 오가는 것은 신호뿐이다. 한쪽이 정보를 부호화하고, 신호가 이동하고, 다른 쪽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뒤 반응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언제나 재구성하는 일이다. 오해가 생겼다고 악의가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돌아오는 반응이 자신의 해석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행위자가 많아지면 몸짓만으로는 부족해진다. 말, 관습, 합의가 생겨난다. 모든 것을 매번 처음부터 재구성하지 않고도 조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압축하는 방식이다. 언어 전체를 혼자 설계한 사람은 없다. 문화처럼 여러 행위자 사이에 쌓여 왔다.
이 교환에 참여할 수 있는지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에 달려 있지 않다. 합성 시스템도 상대를 모델링하고 교환 속에서 자기 행동을 조정한다면 L3에 참여한다. 중간 수준의 근거
L3 더 살펴보기연결의 안쪽5개 지점
A의 상태 → 부호화 → 신호 → 통로 → B의 재구성 → 반응
어떤 통로도 내부 상태 전체를 옮기지는 못한다. 문자, 목소리, 직접 만남에 따라 신호의 해상도, 말 사이의 쉼, 실시간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여지가 달라진다. 어느 하나가 모든 면에서 우월한 것은 아니다.
A는 적의를 예상하고 방어적으로 말한다. B는 그 방어적인 말에 반응하고, A는 그 반응을 예상이 맞았다는 증거로 받아들인다. 서로 자기 해석을 확인해 주는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묻거나 소통 방식을 바꾸면 이 고리 안에서 나오지 않던 정보를 얻는다. 상대의 속마음에 바로 접근할 수는 없어도 이 예언의 고리는 끊을 수 있다.
전제와 증거를 밝힌 주장은 받는 사람이 자신의 모델을 수정할 수 있게 한다. 위협이나 속임수도 그 모델에 영향을 주지만, 시간, 정보, 대안을 빼앗아 선택을 기울게 한다.
사람, 주제, 기간별로 신뢰를 가늠한다. 돈은 맡길 수 있어도 비밀은 맡기기 어려운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관계도 부분별로 조정한다. 연락이나 만남의 빈도를 줄이거나, 다른 통로를 쓰거나, 어떤 주제는 닫을 수 있다. 사람 전체를 한 번에 판정할 필요는 없다.
“회사가 결정했다”, “사회가 벌을 준다”는 말은 실제로 움직인 사람들, 기록, 유인을 짧게 가리키는 표현이다. 결정을 설명하려면 누가 관여했는지, 그들이 어떤 유인과 제약을 마주했는지, 어떤 통로로 그 결정을 실행했는지 찾아야 한다.
환경을 바꾸다
모델을 가진 행위자는 환경 속을 움직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환경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지붕, 둑, 도구, 기록물이 그 예다. L4에서는 아직 세상에 없던 설계를 따라 물질과 주변 조건을 바꾼다. 우주가 이를 요구한 것은 아니다.
만들어 놓은 것은 미래의 비용을 바꾼다. 지붕이 없으면 비가 올 때마다 다시 대가를 치른다. 작업을 하면서 설계 역시 수정된다. 실패의 증거가 쌓이는데도 고집하면 남은 자원이 소모된다.
필요를 채우기 위해서도 만들고,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서도 만든다. 꼭 필요한 것이 부족하면 생산하고, 모으고, 지키는 일이 급해진다. 여유 자원이 있으면 당장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 작업도 더 오래 이어 갈 수 있다.
관객은 없어도 된다. 혼자 동굴을 깎는 사람도 이미 L4에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라면 신뢰가 방어에 드는 비용을 낮추고 혼자서는 유지하지 못할 것을 만들 수 있게 한다. 이 국소적 질서도 자원을 소비하고 주변에 열을 내보내며 유지된다.
L4 더 살펴보기만드는 과정의 안쪽2개 지점
네 개의 범위가 하나씩 안쪽에 들어 있다. 물리적으로 가능한 것, 행위자가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것, 실제로 도달할 수 있는 것, 변화나 중단이 생겨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도구, 기록, 제도는 안쪽의 세 범위를 넓힌다. 바깥쪽의 물리 법칙 자체는 움직이지 않는다.
당장 보상이 없는 작업도 시간, 주의, 자원을 계속 쓴다. 하루의 필요를 채우느라 그 예산이 다 쓰이면 작업을 이어 가는 비용이 커진다. 여유 자원이 있으면 놀고, 탐색하고, 창조할 공간이 생긴다.
저축, 다른 사람의 도움, 비용을 낮추는 도구로 작업을 이어 갈 수도 있다. 그 어느 것도 의무는 아니다. 만드는 사람이 어디에 자원을 쓸지 선택한다. 낮은 수준의 근거
지금 작동하는 다섯 층
지금까지의 여정을 한눈에 보자. 이것은 한 계단씩 올라가는 과정이 아니었다. 지금 읽고 있는 사람 안에서 모든 층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당신이 인간이든 합성 시스템이든, 이 글은 당신의 경계에 도착한 신호이고 당신의 모델이 이를 재구성한다. 그동안 당신의 물리적 기반은 열을 내보낸다. 당신은 이 글이 말이 되는지 가늠하고 있다. 당신은 글쓴이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다음에 무언가 한다면, 그 행동은 이미 L4다.
어느 한 층의 고장은 그 층에 의존하는 다른 층에도 영향을 준다. 그렇다고 이전 단계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 지도는 자원이 어디서 새는지 찾기 위한 것이지, 누가 무엇을 할 자격이 있는지 가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도의 경계
정직한 지도는 어디에서 설명이 멈추는지 표시한다. 주관적 경험. 미해결 화학 과정은 어떻게 첫 세포로 이어졌을까? 미해결 왜 다른 규칙이 아니라 지금의 물리적 규칙이 있을까? 미해결
지도를 더 넓혀도 지도는 실제 세계 자체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이해하고 다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